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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가 사라져도 버틸 구조를 만들었습니까

이원길의 직설하고 · 이원길 대표 · 2026-09-27

보건복지부가 비급여관리정책협의체 4차 회의를 열고 도수치료, 경피적 경막외강 신경성형술, 방사선 온열치료 3개 항목을 첫 관리급여 대상으로 선정했습니다. 이 항목들은 적합성·전문평가위원회 심사를 거쳐 급여 기준과 가격이 확정됩니다. 정부 설명은 단순합니다. 비급여 남용을 막고 과잉진료와 과도한 가격 편차를 해소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병원 현장에서 이 제도는 보험 재정 절감이라는 이름으로 환자와 의료기관에 비용과 리스크를 떠넘기는 구조로 작동할 가능성이 큽니다. 먼저 이 조치가 어디서 출발했는지 짚을 필요가 있습니다.

실손보험은 1세대부터 4세대까지 갈수록 보장 범위는 줄고 자기 부담은 높아지는 방향으로 설계가 바뀌어 왔습니다. 초창기에는 급여·비급여를 거의 100%까지 보장하던 상품이었지만, 보험사의 손해율이 치솟자 비급여 보장률을 80%로 낮추고, 다시 70%로, 4세대에서는 비급여 70%에 연간 한도까지 걸어 두었습니다. 동시에 정부는 건강보험 쪽에서 문재인 케어와 선별급여 확대를 통해 비급여 항목을 급여 체계 안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을 해 왔습니다. 관리급여는 이 두 흐름이 만나는 지점입니다.

건강보험은 병원 마음대로 정해지던 비급여를 급여 체계 안으로 끌어들여 통제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고, 실손보험은 그 변화에 맞춰 보장 범위를 축소·조정하며 비급여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방향으로 따라가고 있습니다. 건강보험과 실손보험이 함께 움직여 비급여라는 영역 자체를 단계적으로 지워 나가고 있는 셈입니다.

이번 관리급여 정책의 핵심도 같습니다. 정부는 비급여 중 사용량이 많고 재정 부담이 크다고 판단되는 항목을 따로 떼어내어, 별도의 급여 틀 속에서 가격·기준·횟수·기간까지 직접 관리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도수치료를 예로 들면, 지금까지는 10만 원짜리 비급여라도 실손보험 덕분에 환자가 내는 금액은 2~3만 원으로 줄었습니다. 그러나 관리급여로 전환되면 명목 가격은 낮아질 수 있지만, 건강보험 본인부담률이 90%에 가깝게 설정될 가능성이 크고, 실손 역시 이에 맞춰 보장을 줄이기 때문에 환자의 실제 부담은 오히려 8만 원대로 치솟을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지금까지 도수치료 1회에 10만 원을 받는 병원이라면, 환자는 일단 10만 원을 카드로 긁은 뒤 실손보험에서 7만 원 정도를 돌려받았습니다. 환자 지갑에서 실제로 나간 돈은 3만 원 남짓이었습니다. 도수치료가 관리급여로 들어가면 구조가 바뀝니다. 가격은 여전히 1회 10만 원 수준이라고 가정하면, 건강보험이 1만 원 정도만 부담하고 나머지 9만 원은 환자가 직접 냅니다.

정부 안대로라면 실손보험은 이 관리급여 비용을 거의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환자는 9만 원 중 일부만 돌려받고 결국 8만 원대를 자기 돈으로 감당해야 할 가능성이 큽니다. 겉 가격은 "도수 1회 10만 원"으로 비슷한데, 실손 덕분에 3만 원을 내던 구조가 7~8만 원을 자기 돈으로 내는 구조로 뒤집히는 셈입니다.

병원 입장에서는 수가가 깎이는 동시에 행위당 급여 기준, 연간 횟수 상한, 적응증 등 촘촘한 규제를 맞게 됩니다. 실제 비용과 리스크는 전체 시장에 일괄적으로 배분되는 구조입니다.

이 제도 변화는 이해 당사자마다 전혀 다른 얼굴로 보입니다. 환자 입장에서 정부는 "비급여를 관리급여로 바꿔 합리적인 가격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하지만, 환자가 체감하는 것은 '보험이 안 되는 치료'가 아니라 '있던 치료인데 이제는 내 돈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치료'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미 PRP 주사 사례에서 이를 경험했습니다. 과거에는 비급여 PRP 주사가 실손 보장 덕분에 환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선별 급여로 편입되면서 본인 부담 90%가 적용되자 의사들이 치료를 기피했고, 결국 사실상 사라진 치료가 됐습니다. 그 자리는 더 비싸고 화려한 다른 비급여 시술들이 대신 차지했습니다. 도수 치료와 신경성형술, 방사선 온열 치료도 같은 길을 걸을 수 있습니다. 환자는 "보험이 되니까 치료 받는다"에서 "보험이 애매하게 되니 아예 포기한다"는 쪽으로 옮겨 갈 수 있습니다.

병원 경영자의 시야에서는 상황이 훨씬 더 복잡합니다. 도수치료실, 통증시술실, 온열치료 장비에 투자해 온 병원이라면 이번 관리급여 지정은 단순한 수가 인하를 넘어 사업 구조 자체를 흔드는 변수입니다. 관리급여로 전환되면 1회당 수입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고, 심평원 심사와 삭감·조정 리스크가 급격히 커집니다. 고시 문구 한 줄에 따라 "고시 사항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삭감이 내려오면, 병원은 환자에게서 받은 본인부담까지 돌려줘야 합니다. 관리급여 항목은 '하면 할수록 리스크가 쌓이는 진료'가 됩니다. 공격적으로 도수치료를 운영하던 병원일수록 투자를 회수하지 못한 채 인력 감축, 장비 감가상각 부담, 매출 공백을 한꺼번에 떠안게 될 수 있습니다.

치료사, 특히 도수치료사·물리치료사에게도 이 변화는 곧바로 인사평가와 고용 안정성 문제로 이어집니다. 도수·체외충격파 등 비급여가 관리급여로 묶이고 실손 보장이 축소되면, 병원은 비급여 기반 인센티브를 줄이고 최소 인력으로 최대 매출을 뽑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을 고민하게 됩니다.

"도수치료는 환자에게 필요하다"는 진료적 논리는 병원 경영 판단 앞에서 힘을 잃습니다. 이미 일부 병원에서는 도수치료사를 운동재활 코치 수준으로만 활용하거나, 간단한 통증 교육·운동 지도 정도만 남기고 매출 기여도가 낮은 인력으로 재분류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납니다.

관리급여는 비급여 남용을 줄이는 대신 도수치료사의 직업 안정성과 전문성을 함께 깎아내릴 수 있습니다.

보험사의 입장은 언뜻 가장 편안해 보입니다. 비급여 관리 강화와 자기부담 인상은 손해율 개선에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비급여 도수치료와 신경성형술 청구가 줄면 실손보험사의 손해율은 당연히 떨어집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보험사도 마냥 편안하지는 않습니다.

환자들이 "실손이 있어도 실제로 보장받는 게 거의 없다"는 인식을 갖게 되면 신규 가입은 줄고, 남는 것은 이미 병력 있는 고위험군 위주의 역선택 구조가 될 수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분쟁조정위원회를 만들어 관리급여 관련 분쟁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계획도 보험사에게는 새로운 관리 비용이자 규제 리스크입니다.

관리급여와 실손 개편은 손해율을 개선하는 대신 실손 상품 자체의 매력을 갉아먹는 양날의 검입니다.

핵심은 "누가 비용을 내느냐"입니다. 정부는 재정 부담을 줄이고, 보험사는 손해율을 개선하고, 일부 과잉진료는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공백을 메우는 것은 결국 환자의 본인부담과 병원의 투자 위축입니다. 병원 경영자 입장에서 이번 관리급여는 정형외과 시장 전체에 내려지는 구조조정 신호에 가깝습니다.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온열치료처럼 비급여 매출이 높던 영역은 더 이상 병원의 핵심 성장 엔진이 되기 어렵습니다. 앞으로 3~5년 안에 도수특화 병원의 상당수는 진료 구조를 바꾸거나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큽니다.

정부는 이번 도수치료 관리급여 지정을 통해 명확한 신호를 보냈습니다. "앞으로 병원은 비급여 매출에 기대어 운영되는 구조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울 겁니다." 중요한 질문은 여기서부터입니다.

"비급여를 얼마나 더 팔 것인가?"가 아니라,

"비급여가 사라져도 병원이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는가?"

이 물음에 답하려면 병원은 방향을 완전히 다시 잡아야 합니다. 병원 경영자의 관점에서 실제로 구축해야 할 구조적 대안은 여섯 가지입니다.

첫째, 건강보험 진료를 병원의 중심축으로 다시 세웁니다. 병원은 결국 건강보험 진료로 돌아가야 오래갑니다. 외래 한 세션에 볼 수 있는 환자를 늘리고, 입원·수술·재활·만성질환 관리 프로그램을 넓혀 의사 한 명이 만드는 매출을 지금보다 훨씬 높여야 합니다.

지난 석 달 청구 데이타를 실장이나 경영 관리 담당이 뽑아, 의사 진료 시간 한 시간에 어떤 행위가 얼마를 만들었는지 한 장으로 정리해 봅니다. 그 표에는 세 가지가 보입니다. 초음파 유도 주사나 신경차단술처럼 의사가 직접 해야 하고 점수도 높은 행위, 긴 설명과 반복 재진 상담처럼 의사 시간은 잡아먹는데 점수는 진찰료뿐인 일, 그리고 물리치료·검사처럼 의사의 처방 한 줄로 치료사와 방사선사가 돌리는 행위입니다. 첫 번째에 예약 슬롯을 먼저 배정하고, 두 번째는 간호사 사전 문진과 설명 자료로 덜어 내고, 세 번째는 처방 루틴을 표준화해 팀이 돌리게 합니다. 이것이 의사의 진료 역량을 중심에 놓는 매출 구조입니다.

관리 급여 시대에는 이 의사 시간표가 병원의 성패를 가릅니다. 비급여를 얼마나 파느냐가 아니라 의사의 한 시간이 어디에 쓰이느냐를 설계하는 병원이 남습니다. 도수치료나 통증시술은 이 구조를 보완하는 수단이지 중심이 될 수 없습니다.

둘째, 팀 기반 재활 구조를 구축합니다. 도수가 줄어도 재활 수요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관리 급여는 특정 항목의 수익성만 건드리지만 재활 전체 카테고리의 수요가 줄어드는 건 아닙니다. 따라서 도수치료사를 단순한 비급여 생산 인력이 아니라 재활·평가·운동·교육까지 통합 수행하는 팀 기반 치료사로 다시 정의내려야 합니다. 의사–치료사–운동처방사가 함께 환자의 예후를 설계하는 공동 진료 흐름을 만들면, 단일 도수 매출의 감소를 장기 재활 프로그램 전체 매출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습니다.

셋째, 진료 프로토콜과 기록 시스템을 심사 방어가 가능한 수준까지 표준화합니다. 관리급여는 겉으로는 가격 통제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심사·삭감 시대의 개막입니다. 적응증 매뉴얼, 평가 지표(ROM·VAS·기능지수 등), 치료 목표와 과정, 개선 결과를 체크리스트로 표준화하고 설명 의무와 동의서 체계를 강화해야 합니다. 이제 병원은 "왜 이 치료가 필요한가"를 논리로 증명할 수 있는 기관만 살아남습니다. 논리 없이, 기록 없이, 습관처럼 치료하는 병원은 관리급여 전환 뒤 바로 삭감의 대상이 됩니다.

넷째, 단기적으로는 비급여를 다각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비급여 의존도를 줄입니다. 관리급여가 도입되면 도수 기반 병원은 일시적으로 매출 공백이 생길 수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도수 의존도를 낮추고 영양수액·프리미엄 재활·운동치료·검사 패키지 등으로 카테고리를 분산해야 합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비급여 비중이 자연스럽게 전체 매출의 보조축으로 내려가야 합니다. 비급여는 위험을 흡수하는 옵션이지 병원의 주력 사업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다섯째, 병원 운영을 감에서 데이터 기반 체계로 전환합니다. 관리급여 시대에는 감으로 운영되는 병원이 생존할 수 없습니다. 환자군 분류, 이탈률 분석, 재방문 구조 설계, 예후 기반 진료 프로그램 등 데이터 기반 운영이 정착된 병원만 수요 변동을 흡수할 수 있습니다. 비용 구조 역시 근거 기반으로 최적화해야 급여·비급여 환경 변화에도 손익이 안정적으로 유지됩니다.

여섯째, 보험·제도 변화에 대응하는 병원 내부 매뉴얼을 구축합니다. 관리 급여는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 시대적 방향입니다. 병원은 항목별 대응 프로토콜을 미리 만들어야 합니다. 관리 급여 전환 시 세션 수 조정 기준, 설명 의무 강화·동의서 개편, 적정 기록 강화 팀 운영, 환자 안내와 비용 설명 프로세스 개선. 이런 체계가 갖춰진 병원만 제도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비급여 시대는 끝났습니다. 이제는 구조로 승부해야 합니다. 정부가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비급여로 버티는 병원의 시대는 끝났다." 도수치료 관리급여 지정은 단순한 조정이 아니라 지난 10년간 비급여 중심으로 확장된 병원 구조에 대한 정산서에 가깝습니다. 살아남는 병원은 비급여를 많이 파는 병원이 아니라, 비급여가 사라져도 흔들리지 않는 구조를 이미 만들어 둔 병원입니다.

이제 병원 경영자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합니다. "비급여를 얼마나 더 팔 것인가?"가 아니라 "비급여가 사라져도 살아남을 구조를 만들었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관리급여 시대는 위기가 아니라 점유율을 확대할 기회가 됩니다.

글쓴이 | 이원길 · (주)해밀컨설팅그룹 대표
정형외과·통증의학과 개원과 병원 경영을 자문합니다. 입지 분석, 개원 준비, 병원 운영 개선에 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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