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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형 실장과 제갈량형 실장

이원길의 직설하고 · 이원길 대표 · 2026-09-27

행복한허리병원의 도수치료실 실장 한여포는 갑작스러운 비급여 매출 감소로 병원장에게서 대안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평소 책임감이 강하고 말보다 행동이 앞서며 늘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실장직에 오른 그는 매출 감소의 책임을 깊이 통감했습니다. 곧바로 물리치료팀 전원에게 비상 경영을 선포하고, 본인이 먼저 점심을 반납하며 온몸으로 매출 끌어올리기에 나섰습니다.

두 달이 지났습니다. 물리치료팀 전원의 피로는 극에 달했고, 퇴사 면담은 급증했으며, 마침내 실장마저 몸져눕고 말았습니다. 매출은 잠시 소폭 오르는 듯하다가 곧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수액을 맞으며 누워 있는 한 실장을 바라보던 병원장은 난감했습니다. 매출은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직원들은 모두 지쳐 있어 뭐라 말하기도 어려웠습니다. 남은 팀원마저 연쇄 이탈할까 두려워, 병원장은 하는 수 없이 "고생했다"는 말과 함께 회식비를 건네고 돌아섰습니다.

믿음직한 무한 책임감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는 일은 드뭅니다. 방천화극을 힘차게 들고 적진으로 돌격하는 여포식 솔루션은 당장 보기에 시원하고 멋집니다. 하지만 전장에서 매일 일기토를 벌일 수는 없습니다. 장수 한 명의 목이 떨어지면 곧 전투 전체가 패합니다.

현명한 병원장이라면 여포형 직원을 중간 관리자로 세우지 않습니다. 당장은 믿음직하고 든든해 보여도 천하를 논하기는 어렵습니다. 유비는 관우와 장비를 곁에 두고도 굳이 제갈량을 삼고초려했습니다. 유랑 집단의 두목에 불과했던 그는 제갈량을 얻은 뒤에야 천하에 나설 수 있었습니다.

스마일통증병원의 도수치료실 실장 김제갈 역시 병원장에게 호출을 받았습니다. "최근 들어 비급여 매출이 크게 줄었습니다. 대책이 필요합니다." 매출 하락은 곧 병원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였고, 병원장의 표정은 어두웠습니다. 김 실장은 잠시 생각한 뒤 병원장에게 청했습니다. "오늘 오후 임상에서 잠시 손을 떼고, 대안을 고민할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그는 곧바로 물리치료팀에 공지해 오후 예약을 모두 비우고, 사복으로 갈아입은 채 환자의 시선으로 병원을 둘러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매출이 줄어든 이유가 정확히 뭘까?" 답은 다섯 가지였습니다.

첫째, 의료진 처방 감소 → 인센티브와 소통. 의료진 처방 통계를 보니, 환자에게 권유할 때 비용 부담을 의식하거나 다른 처방에 비해 인센티브가 없어 소극적으로 오더를 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김 실장은 병원장과 협의해 합리적인 인센티브 제도를 신설했고, 의료진과 일대일 면담으로 처방 과정의 불편함을 듣고 하나씩 개선했습니다.

둘째, 예약 구조 불균형 → 분산 배정. 예약표를 보니 특정 요일과 특정 치료사에게만 예약이 몰려 있었고, 환자들은 지루한 대기 끝에 떠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예약 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해 환자 배정을 분산하는 원칙을 마련했습니다. 환자는 대기 시간이 줄었고, 팀원은 부담이 덜어졌습니다.

셋째, 치료사 간 품질 편차 → 노하우 공유. 경력 차이로 인한 치료사 간 품질 편차도 문제였습니다. "경험 많은 사람의 노하우를 팀 전체의 자산으로 만들어야 한다." 케이스 리뷰 모임과 상호 피드백 세션을 정례화했고, 치료사들은 서로의 기술을 공유하며 서비스 품질을 균일하게 끌어올렸습니다.

넷째, 환자 경험 관리 부재 → 체크리스트와 지표 관리. 환자가 떠나는 이유는 작은 무심함에서 시작됩니다. 치료 후 불편함을 묻지 않거나 만족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 것이 쌓여 신뢰를 무너뜨립니다. 환자 경험 체크리스트를 표준화하고, 예약률·재방문율·이탈률·리뷰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 했습니다. 지표가 눈에 보이자 팀원의 인식도 "치료만 잘하면 된다"에서 "환자의 여정을 관리해야 한다"로 바뀌었습니다.

다섯째, 팀 분위기 침체 → 액션블록과 오답노트. 실적 압박에 지쳐 표정이 어두워진 팀이었습니다. 개인별 액션블록으로 구체적인 역할과 책임을 부여하고 실행 전후 성과를 비교하게 했습니다.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면 오답노트에 "왜 그런지, 다음엔 어떻게 달리할 것인지"를 적게 했습니다. 작은 성공과 실패가 기록되자 팀원들은 성장을 체감했고, 무거웠던 분위기는 활기를 되찾았습니다.

조직은 단순한 힘과 책임감만으로 유지되지 않습니다. 여포형 관리자는 순간의 전투에서는 믿음직스럽지만 매일 전투를 이어갈 수는 없고, 결국 한 사람의 탈락이 전체 패배로 이어집니다. 반면 제갈량형 관리자는 직접 칼을 들지 않습니다. 지형을 읽고, 적의 움직임을 살피고, 병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전세를 뒤집습니다. 조직이 지속해서 성장하고 버틸 수 있는 힘은 바로 여기에서 나옵니다.

지금 원장님 곁의 관리자는 어느 쪽입니까.

글쓴이 | 이원길 · (주)해밀컨설팅그룹 대표
정형외과·통증의학과 개원과 병원 경영을 자문합니다. 입지 분석, 개원 준비, 병원 운영 개선에 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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