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준비만 하고 있습니까, 경영 준비도 하고 있습니까
충분한 준비 없이 개원하면 예상 못 한 급작스러운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대처가 가장 어려운 경우가 직원들이 갑자기 퇴사하는 경우입니다. 병원은 라이선스 업종이라 구직자의 구직이 비교적 수월합니다. 고용주가 무조건 갑이 될 수 없습니다.
경영 준비가 안 된 원장이 개원 후 이래저래 헤매다 보면 줄 퇴사가 종종 나옵니다. 처우와 복지에 대한 시각 차이로 주요 보직자들이 파업하듯 단체로 빠져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직원 탓을 하자면 끝이 없습니다.
개원은 전문의에서 전문 경영인으로 거듭나는 전 과정입니다.
개원의가 되면 사회 전반의 지위가 올라가는 느낌이 들고, 대내외 처우가 달라지기는 합니다. 봉직의 시절과 달리 남 눈치 안 보게 되는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잠깐뿐입니다. 은행의 태도가 바뀐 것은 냉정히 말해 병원 잘 운영해서 대출 이자와 원금을 잘 갚아 달라는 영업 행위이고, 대내외에서 개원의 처우가 달라지는 것도 병원이 잘될 거라 생각해 뭔가 이득이 있을까 싶어 VIP 대우를 해 주는 것일 뿐입니다.
책임감은 봉직의 시절과 차원이 다른 수준이고, 자칫 폐원이라도 하면 급여 체불 문제로 형사처벌을 각오해야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잘못되면 모든 게 내 책임인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해 나가야 하고, 예전에는 병원장 눈치만 보면 됐던 일이 이제는 환자, 직원, 협업사 등 모든 주변인의 눈치까지 살펴야 합니다.
사회적 지위는 개원했다고 당장 손에 쥐여지는 게 아닙니다. 내가 어떤 성과를 얼마나 꾸준히 내느냐에 따라 쌓이는 것입니다. 모든 게 새로운 것투성이고, 전문의까지 여태 배웠는데 또 배워야 할 게 많은 상황에 언제 다 해 나갈지 당혹스러울 수 있습니다.
개원을 결심한 순간부터 남 탓은 없습니다. 모든 게 내 탓이고, 모든 이유는 나로부터 비롯됩니다. 내가 없으면 병원이 안 돌아가는 주먹구구식 경영을 만들지 말고, 내가 없어도 병원이 잘 돌아가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역량을 기울여야 합니다.
상황이 벌어지면 차분하게 시스템을 점검하고 개선해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을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 병원 구성원은 이제부터 한 식구입니다. 원내 돌아가는 상황을 입체적으로 살필 줄 알아야 하고, 때로는 엄하게 질책하고, 때로는 세심하게 격려하고, 공정하고 원만한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그럼에도 내 역량이 미처 안 되는 지점에서는 냉정히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줄도 알아야 합니다. 단,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
겸손한 리더가 끝없이 성장합니다. 모르는 것을 깨끗이 인정하고 배움을 선택하면 됩니다. 마지막 질문 입니다. 원장님은 지금 개원 준비만 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경영 준비도 함께 하고 있습니까?
개원은 단순히 병원을 차리는 게 아니라, 원장님 인생을 건 하나의 기업을 출범시키는 일입니다. 의사에서 경영자로의 전환, 이러한 책임감을 깨닫는 것이 진짜 개원의 출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