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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가 아닌 CEO로서 준비해야 할 것

이원길의 직설하고 · 이원길 대표 · 2026-09-27
진료만 잘한다고 경영이 절로 되지 않습니다 — 매출과 순이익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는가, 부서별 인센티브를 설계해 본 경험이 있는가, 언제 사람을 더 뽑을지 프로토콜이 있는가를 인용한 카드. 재무 감각 3문항, 인사 감각 5문항, 1년 반에 노무사 4번 교체

진료만 잘한다고 경영이 절로 되지는 않습니다. 개원하는 순간 환자, 직원, 회계, 마케팅, 계약, 세무, 행정 리스크를 모두 책임지는 최고 경영자가 되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알려진 5%의 승리 이야기 뒤에는 알려지지 않은 95%의 패배 이야기가 있게 마련입니다. 온라인에 넘치는 개원 성공담에서 불편할 정도로 빠져 있는 한 가지가 현실 병원 경영의 민낯입니다. 미화된 성공담 대신, 전문의가 아닌 CEO로서 정말 준비해야 할 것을 짚습니다.

먼저 원장님의 재무 감각에 관한 질문입니다.

Q1. 병원 매출과 순이익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는가?

Q2. 손익분기점, 고정비, 변동비 개념을 이해하고 있는가?

Q3. 병원 계좌 잔고가 아니라 현금흐름표를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는가?

절약할 곳은 절약하고 투자할 곳은 투자하면서, 능동적인 조직 분위기를 유지하며 실제 내 손에 남는 최적의 이익 구조를 설계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매출이 늘어난 만큼의 운영비를 확인하고 나면 봉직의 시절 병원장이 왜 그렇게 비용에 예민했는지 알게 됩니다.

봉직의 때와 달리 개인의 책임과 현금 흐름의 불안정성도 커집니다. 매출이 떨어졌을 때의 리스크와 압박감은 수익이 높을 때와도, 봉직의 때와도 비교할 수 없습니다.

다음은 인사입니다. 인사와 관리는 경영의 핵심이고, 인사가 만사라는 말은 모든 조직 운영에 통하는 명제입니다. 사람을 꿰뚫어 보려면 인문학적 소양도 깊어야 하고, 무엇보다 다양한 유형의 사람을 많이 겪어 봐야 합니다.

의사는 다른 업종과 달리 의대에서 의사만 만나고, 진료를 배우고 일하느라 많은 유형의 사람을 만나 보기 어렵습니다. 의학 서적만도 다 소화하기 벅찬데 사람에 관해 알 만한 인문 서적을 접할 시간도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직원을 뽑아야 하는 최고 경영자가 되어 선발 자리에 섭니다. 무엇을 물어봐야 할지도 모르고, 옥석을 가려내기도 어렵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아래 질문도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Q1. 부서별 인센티브를 설계해 본 경험이 있습니까?

Q2. 인사 평가 기준을 설계해 본 경험이 있습니까?

Q3. 직원의 입·퇴사 과정에서 생기는 갈등과 근로기준법 위반 처벌 조항을 알고 있습니까?

Q4. 인사 판단과 결정에서 균형 잡힌 의사 결정을 한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까?

Q5. 언제 어느 시점에 사람을 추가로 채용할지 프로토콜이 있습니까?

인사는 친절하고 실력 좋은 직원을 고용하는 정도의 일이 아닙니다. 조직 관리의 처음이자 끝입니다. 진료 서비스는 의사를 중심으로 분야별 라이선스를 가진 직원들의 팀워크로 이뤄지는 총합이라, 다른 산업과 달리 매우 복잡하고 까다로우며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합니다.

노무사에게 맡겨서 될 일도 아닙니다. 해밀의 첫 시작인 A병원은 1년 반 사이에 노무사를 네 번 바꾸고서야 지금의 제대로 된 노무법인을 만났습니다. 다들 병원을 많이 해 본 노무사라고 했지만, 막상 근로자 민원이 제기돼 확인해 보면 병원 환경에 맞지 않는 세팅 값 때문에 병원이 불리한 입장에 서는 경우가 많았고, 퇴사 직원에게 주지 않아도 될 합의금을 줘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정작 노무사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오자 계약을 해지하고 물러났고, 분쟁의 마무리는 병원이 져야 했습니다.

사람 한 명 잘못 들이면 조직 전체가 망가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대로, 몇 분 면접만으로 사람을 제대로 판단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실제 개원을 해 보면 사람 다루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라는 것을 절실히 체험하게 됩니다.

인센티브 제도는 매출 개선 효과뿐 아니라 직원의 태도를 능동적으로 바꾸는 데 크게 도움이 됩니다. 능동적인 직원이 많으면 병원 분위기가 밝아지고, 분위기가 밝아지면 CS 민원이 줄고, 환자가 병원을 더 긍정적으로 보게 됩니다. 직원 인센티브 정책을 정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입니다. 이 병원의 부서별 인센티브도 해밀이 설계해 운영 중입니다.

인사 정책 기준도 공정하게 만들어 둬야 합니다. 인사 정책을 병원장 취향과 기분에 따라 시행하면 원내 시스템 구축은 요원해지고, 구성원도 실력이 아니라 병원장 눈에 들기 위해 경쟁하게 되어 조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병원장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 병원이 되고, 우수 인재도 남지 않고 떠납니다.

글쓴이 | 이원길 · (주)해밀컨설팅그룹 대표
정형외과·통증의학과 개원과 병원 경영을 자문합니다. 입지 분석, 개원 준비, 병원 운영 개선에 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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