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명당, 해밀은 이렇게 자리를 고릅니다
입지는 실전입니다. 좋은 자리는 금세 주인이 나타납니다.
입지 관련 서적을 보면 인구 분석, 인프라 분석, 시세 분석 등 다양한 분석 과정을 소개하는데, 그거 다 못 합니다. 책을 쓰려니 여러 기법을 소개하려는 건 알겠는데 현실은 책대로 전개되지 않는 법입니다.
인구 고령화가 어떻고, 지역별 인구 규모가 어떻고, 어디는 대도시권이고 어디는 위성도시라 인프라가 어떻다는 건 다 너무 뻔한 얘기입니다. 우리나라의 고령화는 이미 십수 년 전부터 있었습니다. 실력 있으면 경쟁 밀집 지역도 뚫어냅니다. 개원 경쟁 파악도 무의미합니다. 우리나라처럼 인구 밀도 높은 나라에서 아직 여유 있는 개원 자리가 있습니까?
여유 있어 보이는 자리는 C급 상권이라 여유 있어 보이는 것일 뿐입니다. 유동인구 많은 역세권이 좋은 건 누가 모릅니까. 그런 자리에 가서 고개를 들어 보면 간판의 절반 이상이 의원입니다.
현장 조사 요령은 시중 입지 분석 책들이 같은 내용을 여러 권에서 다루고 있으니, 하루 날 잡아 교보문고에 진을 치고 살펴보시면 됩니다. 상권 분석법, 유동인구는 이렇게 파악해라, 동선과 건물 구조와 주변 환경은 이렇게, 마음에 드는 입지는 서로 다른 시간대에 최소 세 번 가 봐라. 그렇게 책을 보다 보면 느끼게 됩니다. 믿을 만한 전문가 어디 없을까.
그래서 해밀은 두 가지 솔루션을 직접 만들었습니다.
건축물대장과 심평원 자료를 교차해 수도권 6만 개 상권에서 개원 여지가 있는 자리를 골라내는 그린라이트,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반경 500m부터 3km까지 경쟁 의원의 운용 현황을 넣어 신규 개원의 예상 월 실매출과 점유율을 계산하는 닥터플레이스입니다.
여기에 병의원 개원만 70곳을 중개한 베테랑 하나부동산팀의 현장 데이타도 붙습니다.
저는 사업가 시절 한때 경리단길에서 핫했던 츄러스 매장의 창단 멤버로 1년간 전국 100개 지점을 열었던 이력이 있습니다.
100개 지점을 열려면 1,000명은 만나야 하고, 1,000명에게 입지를 설명하려면 3,000개 자리를 확인해야 합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많은 곳을 다니다 보면 좋은 입지는 첫눈에 알아보게 됩니다. A병원의 입지도 그랬습니다. 본격적인 개발 계획이 나오기 전에 이미 되는 자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주변을 직접 걸어 보고, 공기도 맡아 보고, 상인과 행인의 분위기도 느껴 보고, 중개사도 만나 본 뒤 데이타로 직관을 검증했습니다.
하지만 츄러스 매장과 병원은 걸린 돈의 자릿수가 다릅니다. 매장은 안 되면 접으면 그만이지만, 개원은 대출과 임대차 계약으로 몇 년이 묶입니다. 원장님이 남의 감을 근거로 대출 서류에 서명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3,000개 자리를 다니며 몸에 남은 것 — 어떤 동선, 어떤 건물 구조, 어떤 경쟁 밀집도가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지 — 를 원장님과 제가 같은 자리를 놓고 같은 숫자로 볼 수 있게 항목으로 쪼갰습니다.
그것이 그린라이트와 닥터플레이스입니다. 그린라이트는 건축물대장과 심평원 자료를 교차해 수도권 6만 개 상권 중 개원 여지가 있는 자리를 골라내고, 닥터플레이스는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경쟁 의원의 운용 현황을 넣어 신규 개원의 예상 월 실매출과 점유율을 계산합니다. 발로 확인하던 것을 병원용 공식으로 옮긴 셈입니다. 해밀이 관리하는 병원 다섯 곳의 실매출과 대조해 보면 예상 범위 일치율은 96%입니다.
해밀이 자리를 고르는 순서는 이렇습니다. 원장님께 희망 지역을 구 단위로 1·2·3지망까지 받고, 그린라이트로 배후 인구와 개원 의원 수를 넣어 1차로 거릅니다.
남은 지역은 닥터플레이스로 역세권마다 시뮬레이션해 레드·오렌지가 나온 곳은 기각하고 그린만 입지 리포트로 만듭니다. 리포트가 나온 자리는 공공 데이터 세 곳의 상권 자료로 과열·성장·쇠퇴·정체 중 어느 단계인지 보고, 하나부동산팀과의 현장 검증을 통해 물건의 이력과 계약 안정성을 확인합니다.
원장님 임장은 그 뒤입니다. A병원은 이 건물의 첫 입주자였습니다. 지금 이 건물은 메디컬 빌딩이 됐습니다. 첫눈에 반하는 되는 자리는 숫자로 확인합니다. 상품권 주는 개원 세미나를 찾아다닐 시간에, 검토 중인 자리를 가져오시면 됩니다.